인간연습.
알라딘 서점을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간수업을 너무 재밌게 봤다.
인간이란 글자에 연습이 더해진 제목
그 부분이 재밌기도 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인간으로 태어나는 게 아닌
인간이 되어간다는 철학이 담겨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명성과 한몫했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을 읽어봤나?
기억에 없어
이름만 듣던 작가의 작품을 읽어볼까 생각했다.

오래되어 보이는 책을 펼쳐 슬금슬금 읽어나다 보니
주인공이 북한 출신 남파 공작원이다.
북한의 이념을 맹신하고 무엇보다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갖고 있다. 그것이 옳다는 믿음으로 한 일생을 다 바쳐 헌신해온 삶인 듯하다.
근데 소련의 붕괴
자신이 절대 진리라 믿었던 세상이 무너지면 어떨까?
아마 존재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신념같은 것이 하나씩을 있을텐데 그것이 붕괴됐다.
그게 옳다고 믿는 주인공에게 마음이 가지 않았지만 북한의 이념이 아닌 한 인간의 삶을 지지하는 믿음이나 신념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책이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 믿음을 지키려 정신병이 올 정도의 고문까지 견뎌왔음을.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런 신념을 가질 수 있을까 싶다.
더군다나 소련의 붕괴라는 충격에 사상을 공유하던 동무 한 명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함께하던 친구마저 사라지고, 주변엔 모두가 자신을 무관심도 아닌 그저 적이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세상이 적이다.
인간연습은 이런 환경에서 시작한다.
하나뿐인 동지가 사라지고 남겨진 세상엔 사방이 적.
그러나 주인공 윤혁은 아마 묵묵히 살아왔을까
아마 그랬을라나 보다.
그렇게 살다 가엾은 아이 둘을 발견하고
그 둘을 거둔다.
사상을 떠나 인간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왔던 그가 가장 인간적인 행동을 보인 것이다. 여기서 가장 인간적인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이 가장 갖기 어려운 말이 아닐까.
그 두 아이와 함께 주인공 윤혁의 삶도 윤기가 돌기 시작했고 그렇게 책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고문과 멸시, 그에 따른 쫓겨나듯 옮겨다녀야 했던 삶에 내가 던져진다면 나도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버려진 내가 얼마나 안을 수 있을까?
끼리끼리라고
버려진 처지끼리 잘 만나 운좋게 잘살게 된 거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근데 지금도 경쟁하듯 살고있는 내가 같은 처지의 사람을 안고 싶을까 밟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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